(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LG의 경기. 1회초 LG 선발투수 김영준이 역투하고 있다. 2022.10.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김영준의 야구는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지난 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LG 트윈스 오른손 선발 김영준(23)이 6회 정진기를 몸쪽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하는 순간 캐스터가 외친 한 마디는 4년의 기다림 끝에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를 달성한 투수의 마음에 꽂혔다.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김영준은 "집에 가서 경기를 돌려봤는데 그 코멘트가 가장 인상 깊었다. 6회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가니 (류지현) 감독님이 마중 나와주셔서 소름이 돋았다"고 떠올렸다.
2018년 LG의 1차 지명 선수인 김영준은 4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데뷔 첫해인 2018년 2승 1패 평균자책점 4.35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2019년에는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결국 그해 11월 입대했다.
2021년 제대한 뒤에도 줄곧 2군에만 머무르다가 지난 2일 잠실 NC전에서야 4년 만의 1군 등판 기회를 잡았다.
김영준은 6이닝 동안 안타 4개와 볼넷 5개를 허용하고도 위기관리 능력으로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임무를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LG의 경기. 1회초 LG 선발투수 김영준이 역투하고 있다. 2022.10.2 [email protected]
비록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해 팀이 0-2로 패하면서 승리까진 얻지 못했어도, 내년 시즌 LG 선발 투수 후보로 거론하기에 손색없는 역투였다.
그는 "항상 자신은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고, 잘 준비해온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1군에 한 번이라도 올라가는 게 목표였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고, 이제는 열심히 선발 자리에서 경쟁해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고 했다.
류지현 감독은 김영준의 투구를 놓고 "마운드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4년 만의 등판에도 위축하지 않고 제 기량을 보여줬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정작 김영준은 "등판 전날 밤 10시부터 자려고 누웠는데 결국 오전 1시까지 못 잤다"며 "불펜에서도 많이 긴장했지만, 애국가 끝나고부터 차분해지더라. 경기 중에는 스트라이크만 많이 던지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김영준은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이 돋보이는 투수였다.
그러나 프로에 와서는 큰 부상이 없었는데도 구속이 떨어졌다. NC전에서도 직구 구속은 시속 140㎞ 안팎이었다.
대신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으로 과감하게 타자와 대결했다.
"구속이 안 나오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현실적으로는 시속 140㎞ 중반대까지만 나오면 좋겠다"며 '잃어버린 스피드'에 대한 미련을 내비쳤지만, "프로에 처음 와서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코치님들 덕분에 많이 컨트롤이 잡힌 것 같다"고 했다.
김영준과 함께 입단한 '2018년 서울 1차 지명' 동기는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3), 두산 베어스 곽빈(23)이다.
안우진은 리그를 대표하는 국내 선발 에이스로 자리 잡았고, 곽빈 역시 시속 150㎞ 중반대 강속구를 뽐내는 두산의 에이스 후보다.
그들과는 달리 먼 길을 돌아 이제야 1군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김영준은 "처음에는 조금 속상하긴 했고 멘털이 흔들렸지만, 어차피 프로는 냉정하게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더 악착같이 운동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김영준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